업계동향
글로벌 마켓을 읽어라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10년 하반기 이후 구리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며 역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구리 가격은 201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로 인한 수요 약화로 하향 안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구리 가격이 2010년 하반기 이후 달러 약세와 미국 양적완화를 모멘텀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2008년까지 8985달러가 최고가이던 전기동(전해 정련으로 얻은 순도 99.9% 이상의 구리로 전도율이 크다) 가격이 올 1월 들어서며 1톤당 9788달러까지 상승했다.
현재 1배럴(158.9L)에 90달러대(2008년 최고치 140달러대)인 국제 유가와 비교하면 구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크게 오른 것인지 알 수 있다.
구리 가격 상승 이유는 무엇보다 경기회복에 따른 구리의 실물 수요 및 투자 증가를 들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고성장, 제조업 경기의 회복세는 구리 수요를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의 구리 수입 증가는 구리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와 경제통신사인 블룸버그(Bloomberg)는 중국 도시화에 따른 구리의 수요 증가에 주목하며 ‘중국의 붉은 금(China’s Red Gold)’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구리 수요에 관련 특집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중국은 연간 1000만채에 이르는 공공주택 건설과 농촌 송·배전 시설확충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양의 구리가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의 모터와 케이블에 쓰이는 구리 수요, 스마트 그리드 확대에 따른 구리 수요도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구리 수요 증가에 따라 구리의 공급 부족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듯하다.
2010년 9월까지 세계 정련구리 시장에서는 44만톤의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구리가 모자란 것이다.
세계 제조업 경기의 완연한 회복으로 인해 2010년 1∼9월의 세계 정련구리 수요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한 1468만톤이었다. 반면, 전세계 구리 생산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 이를 순수한 구리로 만든 정련구리의 생산은 5.2% 증가에 그치고 있다.
구리에 대한 투자와 투기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0월 선물시장에서 구리 투자액은 2008년 6월에 비해 58%나 증가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2010년 11월 10억달러 규모의 구리를 런던금속거래소(LME)를 통해 사들였다.
이는 LME의 구리 재고량 약 35만톤의 절반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매입이었다. 이러한 투자 수요까지 겹쳐 2011년의 구리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으로 자금이 넘치고 달러 약세 등 금융 요인도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은 2011년 전기동의 평균가격을 톤당 8623달러(ABN 암로)에서 1만1250달러(메릴린치)까지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긴축과 유럽의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이 구리 가격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러한 변동성 가운데 주목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긴축과 성장 둔화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년에 비해 1.6%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긴축이 구리 가격에 정확히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구리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현상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높은 구리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들쑥날쑥 종잡기 힘든 구리 가격의 변동성으로 인해 구리를 필요로 하는 산업들이 세계시장에서의 구리 확보전에 힘겨워할 것이다.
구리는 이미 ‘붉은 금(Red Gold)’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구리 확보를 위한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할 듯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고려대 농경제학과 졸업, 텍사스 A&M대 농경제학 박사,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 국제곡물정보분석협의회 위원 |
* 출처 : 주간조선(2011.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