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동향
야무진 꿈일수록 실은 이루기 힘든 꿈이다. 정부가 만들겠다던 글로벌 상품거래소가 딱 그렇다.
정부는 검토한 지 4년 만에 금 거래소부터 2012년에 도입하되 그것도 몇년간 한국거래소에서 셋방살이를 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금 하나만 가지고는 살림을 꾸려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거래소 집중 대상을 원유와 석유, 농산물 등 다른 상품들로 확대한 뒤 종합상품거래소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세금 혜택으로 분위기 띄우기=금 거래소 도입 방안에는 그동안 전국의 귀금속 업체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국내 금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
가장 큰 관심사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정부는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한국거래소의 거래수수료, 증권예탁원의 예탁·보관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금지금(금괴)을 실제 주고받지 않고, 계좌상으로만 거래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실물을 주고받는 게 없으면 투자금으로 본다는 얘기다. 금 거래소로 들어가는 수입 금의 관세는 현행 3%에서 1%로 낮춘다. 거래소를 이용하는 법인이 내야 하는 법인세 일부도 공제된다.
이렇게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래소가 있는데도 계속 암거래를 하는 금 사업자는 국세청과 관세청이 감시를 촘촘히 하기로 했다.
금 거래소를 키워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거래가 허용되는 금지금의 규격에서도 읽힌다. 50g, 100g, 1㎏ 등 다양한 규격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현물을 찾을 때는 금제품 제조업체가 취급하는 최소단위인 100g 이상이어야 한다. 거래소에서 사들인 금의 실물은 전국 5곳의 예탁결제원 금고뿐 아니라 따로 지정하는 시중은행 지점 금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미 개장된 금 선물 시장에서도 거래단위가 현행 1㎏에서 이르면 8월 말부터 100g으로 바뀐다. 이는 주식 액면을 분할해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금 시장 선진화 시동=우리나라의 전체 금 유통량만 한 해 120~150t(약 5조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금 거래 시장은 아직 후진적이다. 전체 유통량의 60~70%가 밀수·무자료 등 암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금 산업은 이런 암거래의 만연으로 크질 못했다. 과세 근거인 매출이나 소득을 숨기려면 규모를 키우지 않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귀금속 업체당 종사자 수는 2.2명에 불과해 제조업 평균(10.2명)에 크게 못 미친다. 시장 금값이나 품질 역시 믿을 만한 기준이 없었다.
정부가 금 거래소를 만들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풀어 금 산업을 선진화하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성패는 거래 활성화에 달려있다. 금 거래소가 실패할 경우 다른 상품거래소를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시장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출처 : 중앙일보(2010. 6. 24)